최근 장바구니 물가를 보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기본 식재료인 달걀 한 판(30개) 가격이 이제 7,000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서민 경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전문가들은 달걀값 폭등의 배경에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한국만의 독특하고 불투명한 유통 구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소·돼지고기와 달리 달걀에는 공개적인 '경매 시장'이 없어 소수의 업체가 결정하는 '고시가격'에 시장이 좌우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분석입니다.

국가별 달걀값 비교표

달걀값 폭등, 겉으로 드러난 이유와 숨겨진 구조적 문제
달걀 가격이 오르는 표면적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수의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한국 특유의 유통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2025년 현재, 달걀값 상승을 부추기는 직접적인 요인
가축 질병(AI)의 재확산: 2021년 대규모 AI 파동 이후 잠잠했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최근 다시 유행 조짐을 보이며 산란계 농가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될 경우, 달걀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고공행진하는 사료 가격: 산란계 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콩 등의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합니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과 불안정한 환율은 생산 원가를 직접적으로 높여 농가 경영을 어렵게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달걀 소비자가격에 반영됩니다.
이상 기후로 인한 생산성 저하: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 등 이상 기후 현상이 반복되면서,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산란율이 떨어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는 달걀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공급 불안정을 초래합니다.
2. 고시가격 시스템의 폐쇄성과 시장 불투명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달걀값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고시가격 시스템입니다. 소와 돼지는 농협 등 공공성을 띤 경매장에서 매일매일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투명하게 결정됩니다. 하지만 달걀은 산란계 농협, 일부 대형 농가 및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매주 혹은 매일 가격을 결정하는 '고시가격'에 의존합니다.
이러한 고시가격 시스템은 소수의 업체가 시장 가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매우 낮습니다. 농가 수가 1,000곳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기에, 대형 농장이나 협회 등이 합의를 통해 가격을 올릴 경우 이를 견제할 만한 장치가 사실상 전무합니다. 유통업체가 높은 고시가격으로 달걀을 매입하면,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소·돼지 vs. 달걀: 경매시장의 유무가 가져온 차이
투명한 경매시장의 존재 여부는 축산물의 가격 결정 방식과 유통 구조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2021년 AI 사태가 남긴 '그림자'와 고시가격의 영향력 확대
2021년은 국내 달걀 시장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당시 발생한 대규모 AI 파동으로 인해 수천만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달걀 생산량이 급감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급자 우위의 시장 구조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공급자(산란계 농가) 수 감소: 대규모 살처분으로 인해 많은 농가가 폐업하면서, 살아남은 소수의 대형 농장들이 시장에서 더 큰 발언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고시가격의 힘 증대: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유통업체들은 달걀을 확보하기 위해 고시가격에 무조건적으로 맞춰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고시가격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021년 AI 사태 이후 달걀 시장은 소수 대형 농가와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카르텔'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달걀 가격이 오를 때마다 "AI 때문"이라는 공식적인 이유 외에, 고시가격 시스템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가격 담합에 대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1년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을 겪으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달걀 가격의 구조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가격 상승 요인 영향 표

전문가가 제안하는 해결책: 달걀 가격 안정화 방안
달걀 가격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지원책을 넘어, 구조적인 개선이 시급합니다.
1. 달걀 경매시장 도입의 필요성
소·돼지처럼 달걀에도 공개적인 경매시장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투명한 가격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여 생산자와 유통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공정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경매시장이 도입되면, 가격 담합 가능성이 줄어들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2. 유통 구조의 혁신과 다양화
복잡한 유통 단계로 인한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산지직송이나 온라인 직거래와 같은 유통 모델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또한, 소수 대형 업체에 의존하는 현재의 유통망을 다각화하여 특정 업체의 영향력을 줄이고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다양한 유통 채널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3. 사료비 등 생산 원가 절감 지원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국내 축산 농가를 위해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사료 구매 비용을 보전하거나, 사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생산 원가 부담을 낮춰야 합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달걀값,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한 필수 과제
달걀 한 판 가격 7,000원 시대는 단순히 물가 상승을 넘어, 우리 식탁의 기본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달걀 경매시장 도입과 같은 근본적인 유통 혁신을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만, 우리는 변덕스러운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식탁 물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길이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